다시 겨울이다
털실 한 올 풀어 길에 떨어뜨려 놓고,
그 길 따라 가면
지난 겨울
차가운 그 길에 다다를 수 있을까..
하도추워 얼굴은 시퍼렇게
마음은 그리움으로 타들어가고
멀리 까마귀는 흰 눈밭을 서성이다
굽이진 그리움의 길을 한 달음으로 다가 간다.
널 떠나오는 그 길에서
나는 묻는다.
찾아 온 설움이
나에게 묻는다.
기억은 이미 질퍽하게 뭉개져 흔적조차 없는데,
겨울은 왜 이토록 차가우며
나는 왜 아직도 그 길에서
서성이고 있는 건가
2.
밤마다 짐승의 울음 소리로 마음이 심란했다.
그 소리는 조금씩 가까이 들리는 듯 했고,
나는 더욱 시름에 빠져갔다.
이 괴로움을 끝내야 하는 이유는
나의 눈동자가 자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.
기억을 지우기 위해 나는 나의 뇌를 조금씩 먹어버리기로 했다.
오늘 밤에도 짐승의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…